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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5

어느 아줌마의 마흔 다섯의 일기 14 마흔에는 다 괜찮아지는 줄 알았다. 사춘기의 철없음도 지나고, 20대의 무한 열정도 지나고, 30대의 자만도 지나고, 세상을 이해할 만큼 이해하는 나이, 세상 일에 너그러울 만큼 너그러운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흔은 새로운 나를 제대로 보는 나이였다. 앞만 보고 달려 와서 보지 못 했던 나를 알아가는 나이였다. ' 나 '를 알아가고 나를 이해해 간다는 건 사춘기의 불안만큼 불안하고 외로운 일이다. 마흔여섯의 십이월 이십육 일 크리스마스가 지났다. 때론 축제 같고 때론 숙제 같은 날이 지났다. 크리스마스이브의 작은 가족 만찬과 25일이 생일인 작은 아이의 아침 생일상을 차려주고 나면 26일의 아침은 홀가분하다. 내 어린 시절의 크리스마스는 설렘이고 기다림이었지만 어른이 되고 아이의 부모가 된 .. 2020. 12. 26.
< 나는 사형 선고를 받았다 > 그런 기분이 들었다 4. 라고 누군가 말했을 때 그런 줄 알았다. 젊을 땐 그랬다. 남들보다 없는 것에 별 신경을 쓰고 살아본 적이 없다. 부끄럽고 아니고를 생각할 필요도 못 느꼈다. 그러나 마흔의 중반에 서고 보니 나는 잘 살아 본 적이 없다. 어릴 때도 가난했고 20대 직장을 다니면서도 용돈 30만 원 받으며 월급은 다 엄마손으로 들어갔다. 용돈 30만 원에는 차비며 기타 모든 것이 들어 있는 돈이었지만 그래도 쓸 일도 별로 없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아이를 돌봐주는 엄마에게 월급으로 120을 주고 아이 양육비에 철마다 엄마의 보약값을 써야 했다. 그래도 신랑이 벌어 주는 돈으로 많이 모으지는 못해도 사는 일에 부족하진 않았다. 자영업을 하는 신랑이 부도를 맞을 때에도 내가 .. 2020. 12. 2.
< 나도 사형 선고를 받았다 > 그런 기분이 들었다 3. 이른 아침 또는 늦은 새벽 일어났다. 일어난 것이 아니라 밤새 선잠을 이루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은행을 다녀왔다. 걱정으로 가득한 시간들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아침 일찍 집안 청소를 해 두고 밤새 검색하고 알아본 버팀목 전세 자금을 알아보려고 했다. 9시는 어떨까 하니 너무 이른 시간부터 궁상 같아 10시에 맞추어 신한은행을 갔다. 신한은행은 내가 거래하는 은행으로 버팀목을 하는 다섯 은행 중 하나다. 신한은행에 들어가 체온을 확인하고 번호표를 뽑고 기다렸다. 너무 오래 기다린다. 마음도 초조하고 코로나19가 2단계로 올라가 있어 불안도 하다. 은행에는 일반 업무를 보러 온 사람 2~3명과 대출업무를 보러 온 사람 2~3명이 전부다. 내 앞으로 2명이 기다리고 내가 세 번째다. 10시 40분 내 .. 2020. 11. 28.
< 나도 사형 선고를 받았다 > 그런 기분이 들었다 2. 그런 꿈을 꾸고도 아무 일 없으면 되었다 '고 나를 위로하며 잊어 먹기로 했다. 그런데 다음 날, 이날도 신랑의 회사에 나가 일을 하고 있는데 문자 한 통이 와 있었다. 우리 집은 전셋집이다. 마흔의 중반에도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해 전셋집에 살고 있다. 맞벌이를 하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외벌이를 시작한 평범한 집이다. 남편은 자동화 기계를 만드는 자영업자다. 크지 않은 사업이지만 우리가 감당하기에 큰 사업의 실패도 해보고 소송도 걸려보고 그래도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전세를 벗어나기가 힘들었다. 열심히 벌어 집값을 알아보면 올라 있고 다시 벌어 알아보면 더 올라 있고 도무지 집값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전세 난민이 되어 있었다. 2년 전 오랫동안 살던.. 2020. 11. 25.
< 나도 사형 선고를 받았다 > 그런 기분이 들었다 1. 그저께 꿈자리가 너무 사나웠다. 아침에 일어나 내 마음이 무겁고 무서웠다. ' 어두운 밤 산꼭대기에서 외진 학교에서 운동회가 열였다. 한 번도 본적 없는 학교였고 왜 운동회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그랬던 것 같다. 그럼 이상할 만도 한데 운동장에는 간간히 아는 얼굴이 있었고 내 옆에도 나를 잘 아는 근데 나는 모르겠는 누군가와 열심히 응원을 했다. 그리고 아주 어두운 산길을 내려와 집으로 가려 했다. 옆에 있던 누군가와 불빛 하나 없는 산길을 내려와 버스정류장에 앉았다. 사람들이 있는데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뿐 모습을 볼 수가 없는 이들이 나란히 앉아 있고 나와 나의 동행은 다른 의자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시골에서도 완전히 외진 시골의 버스정류장이란 생각이 들었다. 멀리서 버스가 오길래 타려고 일.. 2020. 1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