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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7

어느 아줌마의 마흔 다섯의 일기 14 마흔에는 다 괜찮아지는 줄 알았다. 사춘기의 철없음도 지나고, 20대의 무한 열정도 지나고, 30대의 자만도 지나고, 세상을 이해할 만큼 이해하는 나이, 세상 일에 너그러울 만큼 너그러운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흔은 새로운 나를 제대로 보는 나이였다. 앞만 보고 달려 와서 보지 못 했던 나를 알아가는 나이였다. ' 나 '를 알아가고 나를 이해해 간다는 건 사춘기의 불안만큼 불안하고 외로운 일이다. 마흔여섯의 십이월 이십육 일 크리스마스가 지났다. 때론 축제 같고 때론 숙제 같은 날이 지났다. 크리스마스이브의 작은 가족 만찬과 25일이 생일인 작은 아이의 아침 생일상을 차려주고 나면 26일의 아침은 홀가분하다. 내 어린 시절의 크리스마스는 설렘이고 기다림이었지만 어른이 되고 아이의 부모가 된 .. 2020. 12. 26.
어느 아줌마의 마흔 다섯의 일기 12 안녕하세요. 나이는 마흔 다섯 아이 둘을 키우는 주부랍니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 남들은 아줌마라 부른답니다.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이름은 어느새 나 조차도 잊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내가 마흔의 중반에서 나는 다시 사춘기를 겪고 있습니다. 슬프고 외롭고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 날의 기록을 여러분께 들려 드립니다. 마흔여섯의 십이월 오일 늦은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하늘이 잔뜩 흐려있다. 신랑은 회사에서 일박하고 큰아이는 외할머니 집에서 일박하고 작은 아이와 나 둘만 있다. 이불을 덮고 요지부동이다. 마음은 늘 부산한데 몸은 움직일 생각이 없다. 오늘은 상가에 나가 정리를 하려고 하는데 마음뿐이다. 올초 아파트 단지 내 한 무서리에 상가을 얻었다. 자영업 사업자등록을 하고 잠.. 2020. 12. 5.
어느 아줌마의 마흔 다섯의 일기 10 안녕하세요. 마흔 다섯 두번째 사춘기를 겪고있는 주부랍니다. 그 일년간의 기록을 올려 봅니다. 마흔 여섯의 십일원 이십육일 요 몇일 조금만 건드려도 무너질것만 같이 불안했다. 나이를 먹으면 괜찮아 줄 아는데 아직도 어려운 일들이 너무 많다. 애끌는 마음은 없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안대는 일에 애끌어 입술이 터지고 그 애끌는 마음이 아파 잠을 못 이룬다. 언제쯤이면 사는 일에 담담해질지 모르겠다. 2020. 11. 26.
어느 아줌마의 마흔 다섯의 일기 9 인생의 반을 살아가고 있는 나는 아직도 철들지 않은 어른인가 보다.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지금도 삶에 목표를 찾지 못했다. 아직도 흔들리고 불안하고 때로는 쓸쓸함에 밤잠을 못 이룬다. 삶의 목적도 방향도 명확하지 않으면서 앞만 보고 살아가는 나는 다시 돌아온 사춘기를 겪고 있다. 마흔여섯의 십일월 십오일.... 오전 열 시....... 카페에 나와 있다. 늦가을 그리 춥지 않은 날씨의 연속이다. 아마도 마스크 한장 입에 달고 사니 더 그렇게 느껴지는 듯하다. 집을 나오는데 아파트 단지 은행나무가 나뭇잎을 떨구고 있다. 낙엽비가 내린다고 멋들어지게 표현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내 눈에는 어서 쉬고 싶은 은행나무가 노쇠한 기운을 끌어모아 잎을 보내고 있는 듯 보였다. 제 할일을 어서 마치.. 2020. 11. 15.
어느 아줌마의 마흔 다섯의 일기 8 인생의 반을 살고서도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흔다섯의 나이에 다시 사춘기가 찾아왔나 봅니다. 여전히 불안하고 여전히 외롭고 여전히 쓸쓸하고 그리고 아직도 삶에 목표를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십 대에 세상은 나에게만 불공평한 것 같았고 이십 대에는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갔고 삼십 대에는 아이들에 치여 나를 잊었고 사십이 되고 나니 나는 없습니다. 그런 날들의 기록을 여러분께 들려드립니다. 마흔여섯의 십일월 십이일 하루 종일 집이다. 두 아이는 모두 학교에 가고 아무도 없는 집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틀어 놓고 청소도 하고 글도 쓰고 핸드폰도 보고 그 사이 잠깐잠깐 창 밖을 보며 하루를 보냈다. 어젯밤 차오르는 화를 누르지 못하고 엉엉 울었다. 큰 아이와 싸웠다. 야단이 아니라 싸웠다.. 2020. 11. 12.
어느 아줌마의 마흔 다섯의 일기 5 지금은 마흔여섯의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주부랍니다. 지난해 마흔의 중반에서 사춘기를 맞이 했습니다. 슬프고 외롭고 힘들던 시간들의 기록을 했습니다. 나름 폭풍 같은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마흔여섯의 지금 다 괜찮아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프고 힘듬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걸 보니 한 걸음 나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2020년 마흔 여섯의 10월 8일 지난주 추석 연휴 제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올해 결혼 20주년이 9월 초였는데 작년부터 해외로 여행 가자 해 놓고 코로나로 못 가게 되고 보니 위험한 줄 알면서도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물론 추석에 여행이 웬 말이냐 싶겠지만 긴 연휴를 뺄 수 있는 시간이 그때뿐이라 그냥 진행했습니다. 시댁에서 뭐라 하지 않을까 걱정.. 2020. 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