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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다섯의 일기

어느 아줌마의 마흔 다섯의 일기 9

by 무님 2020.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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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반을 살아가고 있는 나는 아직도 철들지 않은 어른인가 보다.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지금도 삶에 목표를 찾지 못했다. 아직도 흔들리고 불안하고 때로는 쓸쓸함에 밤잠을 못 이룬다. 삶의 목적도 방향도 명확하지 않으면서 앞만 보고 살아가는 나는 다시 돌아온 사춘기를 겪고 있다.

 

 

 

 

마흔여섯의 십일월 십오일.... 오전 열 시....... 카페에 나와 있다.

늦가을 그리 춥지 않은 날씨의 연속이다. 아마도 마스크 한장 입에 달고 사니 더 그렇게 느껴지는 듯하다. 집을 나오는데 아파트 단지 은행나무가 나뭇잎을 떨구고 있다. 낙엽비가 내린다고 멋들어지게 표현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내 눈에는 어서 쉬고 싶은 은행나무가 노쇠한 기운을 끌어모아 잎을 보내고 있는 듯 보였다. 제 할일을 어서 마치고 쉬고 싶은 듯 후드득 떨궈내고 있었다. 그건 낭만도 뭣도 아니었다.

그런 길을 지나 카페에 앉으니 창 넘어 보이는 나무에 잎 하나 없이 앙상이 서 있다. ' 잘했다. 너도 어서 쉬고 싶었구나' 

싶다. 도돌림표 같은 삶은 나무가 부러운가 싶었는데 아니다. 오늘의 너를 보니 아니 듯 싶다. 새로 시작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 부러웠었는데 오늘의 너를 보니 어쩜 한번 살다가는 인생도 괜찮다 싶다. 그 한 번을 불꽃같이 살지 못하더라도... 앞으로 한 50일 정도 지나면 마흔일곱의 내가 된다. 마흔일곱은 나는 마흔여섯의 나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 되길을 바라면 오늘을 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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