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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다섯의 일기

< 나도 사형 선고를 받았다 > 그런 기분이 들었다 2.

by 무님 2020.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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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꿈을 꾸고도 아무 일 없으면 되었다 '고 나를 위로하며 잊어 먹기로 했다.

그런데 다음 날,  이날도 신랑의 회사에 나가 일을 하고 있는데 문자 한 통이 와 있었다.

 

 

우리 집은 전셋집이다. 마흔의 중반에도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해 전셋집에 살고 있다. 맞벌이를 하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외벌이를 시작한 평범한 집이다. 남편은 자동화 기계를 만드는 자영업자다. 크지 않은 사업이지만 우리가 감당하기에 큰 사업의 실패도 해보고 소송도 걸려보고 그래도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전세를 벗어나기가 힘들었다. 열심히 벌어 집값을 알아보면 올라 있고 다시 벌어 알아보면 더 올라 있고 도무지 집값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전세 난민이 되어 있었다.

2년 전 오랫동안 살던 동네를 떠나 철산으로 이사를 왔다. 오래된 아파트지만 나쁘지 않은 곳이다. 올해 중반 아파트에서 재건축 심사를 받기 위한 안전진단을 받기 위한 모금을 하더니 10월 접수했단다. 그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 집주인은 지방에 살고 있고 우리도 2년만 더 살고 싶었다. 10월 중순 집주인이 전화를 했었다. 어떻게 하실 거냐는 말에 아이가 고등학교를 입학해서 재계약을 해야 할거 같다고 했다. 그러니 주인은 재건축 얘기가 나오는데 자기들이 실거주를 해야 할 것 갖기도 하고 아들이 이번에 대학을 가는데 여기서 살게 될지도 모른단다. 아직 결정이 안 된 상태라 12월 안으로 전화를 주기로 했다.

하지만 엿같은 부동산 정책이 나오기 시작하고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집값이 오르고 보니 덜컥 겁이 났다. 연일 나오는 뉴스의 정책에 욕을 하면서도 우리는 괜찮았으면 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재건축 문제로 주인 네가 실거주 얘기를 하기는 가당치도 않게 들렸다. 재건축이 1~2년 안에 되는 것도 아니고 대학생 아들이 오래된 30평 아파트에 혼자 살기 위해 집을 비워달라는 소리는 개소리 같았다. 세값이 오르니 욕심이 나지 않았을까 싶다.

 

어제 문자 한통이 왔다. 2월 말로 집을 비워 달란다.

알고는 있었지만 혹시나 혹시나 하던 마음으로 기다려서 일까? 기운이 빠졌다.

올 것이 왔구나~~ 나에게도 보이지 않는 칼날이 날아왔구나.

신랑에게 말했다. " 주인이 집을 비워달래~~~"

 

웃음이 나왔다. 상황이 웃을 상황이 아님을 알면서도 웃을 수밖에 없었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데 어이가 없어 웃게 되고~~~ 그냥 의자에 앉아 잠시 넋을 놓았다.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웃지 않으면 울 것 같았다.

신랑이 일이 안 되면 일찍 들어가자는 소리에 그러자고 했다. 

차 안에서 신랑에게 그랬다. " 어제 그 꿈이 이것 때문일까? "그러며 또 웃는다. 집으로 들어가기 전 마음을 추스려야 했다. 집에 있는 애들까지 걱정을 시키면 무엇할까 싶었다. 능력 없는 부모지만 애들은 모르면 좋겠다.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자꾸 기운이 빠져 밥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배달음식과 맥주 한 잔을 했다. 부모라는 명분만 없었어도 나는 일도 나아질 것 없는 세상에 침 한번 '탁' 뱉어주고 사라지고 싶은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노력을 해도 변하지 않는 생활과 열심히 살았는데도 거지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세상과 더 열심히 산다 해도 보장되지 않을 미래가 그 암담함이 죽을 것 같은 마음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 나라 정치하는 것들은 아이들에게 감사해야 할거다. 이렇게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서 분노하고 괴로워하면서도 살아가게 되는 건 그래도 내 아이를 놓을 수 없는 부모들이 힘겹게 살고 있는 것이다. 아이를 위해 용기내어 살고 있는 것이다.

 

맥주를 한캔 비우고 이른 시간 이불을 펴고 누웠다. 잠이 오지도 않으련만 불현듯 서러움에 눈물이 날까 싶었다. 그 모습을 보여주기가 싫었다. 지칠 만큼 지치고 애가 탈만큼 타야 괜찮아지련만 그럴 여유조차 없다.

' 오늘까지만 지쳐있자. 내일은 힘을 내서 해야할 일들이 태산이다. '

어제 새벽 2시에 겨우 잠들어 6시에 일어 났다. 오늘은 대출부터 알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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