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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다섯의 일기

어느 아줌마의 마흔 다섯의 일기 13

by 무님 2020.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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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을 ' 불혹 '이라고 한다.  < 불혹이란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 > 나는 불혹의 중반에 있다.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을 나이라는데 나는 그것이 쉽지 않다. 삶은 늘 불안하고 가족과 함께 살면서도 외롭고 때때로 이유 모를 슬픔에 가슴이 아프다. 

무엇보다 삶은 중간에 와 있으면서도 내 삶의 확신도 목표도 모르겠다. 그냥 산다. 해가 뜨니 일어나고 배고프니 밥을 먹고 해가 지니 잠을 잔다. 때론 무력해지려는 마음을 잡아 뭔가라도 해 볼까 하면 여러 가지 이유들로 무너진다. 변명이라 하여도 어쩔 수 없다. 누구에 아내이고 누구에 엄마라는 나는 내 이름 석자도 가끔 잊고 산다.

 

 

 

 

 

마흔 여섯의 십이월 십일일

 

일주일 전쯤 위경련이 왔었다. 늘 위염으로 고생은 했지만 위경련은 처음이었다. 속이 울렁거리고 몸에 기운이 없더니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속에 있는 것을 모두 내어 놓았고 더는 내어 놓을 것이 없으니 초록색 위액이 나온다. 위는 너무 아파 소파에서 끙끙 앓았다. 너무 아팠고 겨우 진정되었을 때 옷을 갈아 입고 걷는 길 주저앉으며 병원에 갔다.

'위경련'이라고 한다. 위염이 있는 상태에서 위 아래 점막이 두꺼워지며 경련이 일어난 것이란다. 주사도 맞고 약도 받아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 며칠 제대로 먹지 못하고 4kg이 빠졌다. 

그제부터 속이 좀 괜찮아졌구나 싶어 아이에게 떡볶이를 만들어 주고 나도 떡볶이에 어묵만 좀 먹었다. 어제 점심 큰아이와 작은 아이가 집에 있어 육개장과 대패 삼겹을 구워주며 나도 양배추에 삼겹과 육개장 국물을 좀 먹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부터 다시 위가 말썽이었다. 비상으로 사두었던 위염약도 꺼내먹고 조심조심... 아침에 일어나 위염약 약만 먹고 조심조심하는데 두통은 가라앉지를 않고 속은 울렁이고 온 몸에 기운이 없다.

정말 일어나기도 귀찮은데 병원을 가야했다. 지난번 위경련은 너무 아팠고 그래서 무서웠다. 병원에 진료를 받으니

위경련이 오는 증상이란다. 위가 아직 안 좋은 상태에서 자극적인 것을 먹으니 더 안 좋아진 것이란다. 밥에 맑은 국정도만 먹고 김치도 먹지 말란다. 집에 돌아와 누룽지를 끓여 먹고 약을 먹었다. 나는 아프다.

 

몸이 아픈데 마음은 더 아프다. 식욕, 성욕, 수면욕이 인간의 3대 욕구라면 나는 2가지를 잃었다. 아니 요즘엔 수면욕도 없어지니 아무것도 없는지도 모른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나는 삶에 기본 행복마저 빼앗겼다. 누구를 탓할까 만은 마음이 너무 아픈 날이다. 나는 아직 술도 좋고 맛있는 것도 너무 많고 나는 아직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나는 아직 꿈속으로 만나게 되는 현실이 될 수 없는 세상이 좋은데 아무것도 내겐 없다.

오늘은 좀 대게 많이 슬픈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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