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또는 늦은 새벽 일어났다. 일어난 것이 아니라 밤새 선잠을 이루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은행을 다녀왔다. 걱정으로 가득한 시간들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아침 일찍 집안 청소를 해 두고 밤새 검색하고 알아본 버팀목 전세 자금을 알아보려고 했다. 9시는 어떨까 하니 너무 이른 시간부터 궁상 같아 10시에 맞추어 신한은행을 갔다. 신한은행은 내가 거래하는 은행으로 버팀목을 하는 다섯 은행 중 하나다.
신한은행에 들어가 체온을 확인하고 번호표를 뽑고 기다렸다. 너무 오래 기다린다. 마음도 초조하고 코로나19가 2단계로 올라가 있어 불안도 하다. 은행에는 일반 업무를 보러 온 사람 2~3명과 대출업무를 보러 온 사람 2~3명이 전부다. 내 앞으로 2명이 기다리고 내가 세 번째다. 10시 40분 내 순서가 왔다.
번호표를 주고 자리에 앉아 버팀목을 알아보러 왔다고 했다. 은행원은 나이가 50대로 보이는 남자였다. 첫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질문을 시작한다. 나는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고 올 1월에 시작했으며 작년까지는 직장에 다닌다. 버팀목을 하기 위해 은행 오기 전날 정부24에서 세대주를 나로 바꾸었다. 나는 세대주고 신랑도 자영업을 한다.
은행 직원은 설명을 하고 질문을 하는 동안 말투가 기분나쁘게 변하고 있다. 내가 여자라 그런 걸까? 내가 아줌마라 그런 걸까? 혹은 내가 열등감을 느껴서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 내가 가난한 사람처럼 나는 느끼고 있는 걸까?
설명하는 중간 그럼 지역으로 보험이 나오냐는 소리에 올해는 아직 건강보험에서 지로를 못 받은 것 같다. 국민연금은 내고 있다. 신랑 밑으로 되어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말에 직원은 어이없다는 웃음을 짓는다. 비웃음이라고 할까?
기분이 나뻤다. 얼마나 대출이 가능할까 물으니 자영업을 시작한 것이 올해여서 무소득자로 되어 있단다. 대출이 거의 안 나오거나 안 나올 수 있단다. 그래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말에 종이 한 장을 들고 와 서류 준비할 것을 체크하고 설명을 해 준다. 준비하는 서류만 7가지는 되는 것 같다.
그러면서 그런다. 이 서류가 다 들어가도 정확한 금액을 모른다. 계약하고 직접 심사에 들어가기 전까지.....
그건 앞에서도 설명했는데 해 오라는 걸까? 다시 올 필요가 없다는 걸까?
급한 놈은 나이기에 알았다고 종이를 받아왔다. 기분이 나쁘다. 그래도 내 생각이 그런거니 한다.
은행을 나와 신랑에게 전화를 했다. 대강 설명을 하고 직원태도가 나쁘고 비웃듯이 웃는다고 말했다.
내가 웃으며 그랬다. " 여보~~ 그 사람이 나를 멍청하게 봤나? 아님 없어 보이니 무시했나? 기분이 참 나빴어~~~
내가 가난한 사람이 된거 같다.... 하하하 "
다른 은행을 다시 가 봐야겠다. 그 직원의 말이 신뢰를 할 수가 없다. 살다 살다 은행원의 말이 신뢰가 안 되는 기분은 처음이다. 그리고 신한은행을 거래하고 있지만 이미지가 더러워진다. 은행이 거만해 보인다. 정말 돈 좀 생기면 신한은행은 거래은행에서 빼버려야겠다.
잠시 거리의 벤치에 앉아 있다가 옆에 있는 기업은행으로 갔다. 여기도 사람은 얼마 없다. 그리고 앉으려 하는데 호명이다. 자리에 앉아 버팀목을 알아보러 왔다고 했다. 30대의 여직원은 버팀목 설명지를 들고 와 가능한 대출을 설명해 준다.
나는 다시 설명을 했고 직원이 그런다. 아마 자영업이면 많이는 받지 못 할지도 모르지만 미리 알아보시려면 갖추어야 할 서류를 알려주었다. 서류는 4가지 정도 되며 배우자와 와서 동의를 함께 하시면 된단다. 다른 전세대출은 없냐고 물으니 일반으로 은행에서 하는 대출이 있지만 이율이 버팀목보다 비싼 편이므로 먼저 알아보시고 결정하기를 권하다.
여기서도 정확한 금액을 알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여직원이 그런다. 어떤 분들은 가계약을 하시면서 계약서에 대출이 안될시에는 계약 파기 조건을 넣는 분도 계시다면 살짝 알려 주었다.
은행을 나오는데 신한은행에서의 더러운 기분이 가라 앉았다. 고맙기도 했다. 친절한 설명도 그렇고 자신의 최선에서 도움을 주려는 것 같았다. 고객님이 고객님이라는 태도가 고마웠다. 더구나 신한은행에서의 태도와 너무도 비교가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속상해 하지 말자 해 놓고도 다시 움츠려 드는 어깨가 속상했다. 그런 기분을 떨치려고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수다를 떨었다. 미친 집값이며 전셋값이며 욕하고 방금 전 다녀온 신한은행 욕도 하고 그래도 기업은행의 은행원이 고마웠고 그리고 그랬다.... " 야 ~가난한 내가 더럽게 서럽다. 하하하 " 친구도 웃었다. "너나 나나 그렇지~~"
전화를 끝내고 온라인으로 대출 검색을 하는데 이런 글이 있었다. 은행에서는 버팀목전세자금대출을 귀찮아해서 설명도 대강하고 성의 없이 일을 처리한단다. 읽고 보니 그 넘이 그래서 그랬구나 싶다.
오늘은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을 거 같았다. 집으로 돌아와 책상에 노트북을 켜고 잠시 의자에서 눈을 붙였다. 밤새 설친것이 힘이 들었다. 밥은 한 끼도 못 먹었는데 나는 먹을 기운조차 없었다. 그래도 잠시 쉬고 나면 나는 나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 올 시간이기 때문이다.
내일은 상가도 나가보고 부동산도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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