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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13

어느 아줌마의 마흔 다섯의 일기 9 인생의 반을 살아가고 있는 나는 아직도 철들지 않은 어른인가 보다.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지금도 삶에 목표를 찾지 못했다. 아직도 흔들리고 불안하고 때로는 쓸쓸함에 밤잠을 못 이룬다. 삶의 목적도 방향도 명확하지 않으면서 앞만 보고 살아가는 나는 다시 돌아온 사춘기를 겪고 있다. 마흔여섯의 십일월 십오일.... 오전 열 시....... 카페에 나와 있다. 늦가을 그리 춥지 않은 날씨의 연속이다. 아마도 마스크 한장 입에 달고 사니 더 그렇게 느껴지는 듯하다. 집을 나오는데 아파트 단지 은행나무가 나뭇잎을 떨구고 있다. 낙엽비가 내린다고 멋들어지게 표현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내 눈에는 어서 쉬고 싶은 은행나무가 노쇠한 기운을 끌어모아 잎을 보내고 있는 듯 보였다. 제 할일을 어서 마치.. 2020. 11. 15.
어느 아줌마의 마흔 다섯의 일기 8 인생의 반을 살고서도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흔다섯의 나이에 다시 사춘기가 찾아왔나 봅니다. 여전히 불안하고 여전히 외롭고 여전히 쓸쓸하고 그리고 아직도 삶에 목표를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십 대에 세상은 나에게만 불공평한 것 같았고 이십 대에는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갔고 삼십 대에는 아이들에 치여 나를 잊었고 사십이 되고 나니 나는 없습니다. 그런 날들의 기록을 여러분께 들려드립니다. 마흔여섯의 십일월 십이일 하루 종일 집이다. 두 아이는 모두 학교에 가고 아무도 없는 집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틀어 놓고 청소도 하고 글도 쓰고 핸드폰도 보고 그 사이 잠깐잠깐 창 밖을 보며 하루를 보냈다. 어젯밤 차오르는 화를 누르지 못하고 엉엉 울었다. 큰 아이와 싸웠다. 야단이 아니라 싸웠다.. 2020. 11. 12.
어느 아줌마의 마흔 다섯의 일기 7 마흔다섯의 중반에 폭풍처럼 몰아치는 마음의 변화가 꼭 다시 사춘기를 겪는 것 같습니다. 엄마로 산다는 것과 아내로 사는 일과 며느리로 사는 일은 나를 잃어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내 마음의 불안과 그로 인한 초조함으로 힘들 시간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런 시간들의 기록을 여러분께 들려 드립니다. 마흔여섯의 11 월 1일 일요일입니다. 오전에 약간의 비가 내리더니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합니다. 가을비는 낙엽과 함께 내려 더 운치가 있습니다. 빨래를 널다가 창밖 한번 내다보고 청소기를 밀다가 창밖 한번 내다보고 자꾸 눈이 가는 낙엽 비입니다. 내년이면 이 집을 떠나야 할지도 모르는데 아쉽습니다. 이 나이에 전세를 살고 있으니 선택 또한 내 몫이 아니게 됩니다. 이런저런 고민이 참 많은 날들인데 오늘은 잠시.. 2020. 11. 1.
어느 아줌마의 마흔 다섯의 일기 6 2020년 10월 15일.... 오늘 마흔다섯의 일기 여섯 번째를 올려 봅니다. 제법 바람이 차가워진 오늘입니다. 작년만해도 10월... 가방 하나 둘러메고 혼자서 이곳저곳으로 발걸음을 했습니다. 가을만 오면 더 심해지는 방랑병 때문이랍니다. 그런데 올해는.... 잘 참아내고 있습니다. 젠장 할 코로나 19가 진정될 기미가 없어 보입니다. 올해는 봄의 꽃 냄새도 여름의 비 냄새도 가을의 단풍 냄새도 그냥 보내 버렸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도 웃음도 그들의 수다도 다 잃어버렸습니다. 이제는 사람들의 얼굴이 되어버린 마스크 때문이지요. 참 원망할 것 많은데 원망할 누군가도 없어 가슴엔 화가 많이도 차 있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불끈 말아 쥔 주먹으로 가슴 두어번 두드리며 화병을 내려봅니다... 2020. 10. 15.
어느 아줌마의 마흔 다섯의 일기 5 지금은 마흔여섯의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주부랍니다. 지난해 마흔의 중반에서 사춘기를 맞이 했습니다. 슬프고 외롭고 힘들던 시간들의 기록을 했습니다. 나름 폭풍 같은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마흔여섯의 지금 다 괜찮아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프고 힘듬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걸 보니 한 걸음 나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2020년 마흔 여섯의 10월 8일 지난주 추석 연휴 제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올해 결혼 20주년이 9월 초였는데 작년부터 해외로 여행 가자 해 놓고 코로나로 못 가게 되고 보니 위험한 줄 알면서도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물론 추석에 여행이 웬 말이냐 싶겠지만 긴 연휴를 뺄 수 있는 시간이 그때뿐이라 그냥 진행했습니다. 시댁에서 뭐라 하지 않을까 걱정.. 2020. 10. 8.
어느 아줌마의 마흔 다섯의 일기 4 마흔다섯의 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마흔의 중반을 맞이하고 있으면서도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을 합니다. 불어오는 봄바람에도 흔들리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지만 나는 지금 사춘기가 온 것 같습니다. 불안하고 초조하고 슬프고 외롭고.... 그런 날의 기록을 올려봅니다. 2020년 마흔 여섯의 10월 3일 나는 지금 제주도입니다. 앞에 밤섬이 보이는 펜션의 창가에 앉아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살다가 이런 호사가 다 있구나 싶은데 젊의 날처럼의 설렘은 없습니다. 제주 여행을 올 때면 설렘으로 보이는 모든 풍경이 꿈만 같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바라보는 풍경에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광을 다니기보다는 바다가 보이는 펜션의 창가에만 앉아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휴식 같은 여행.. 2020. 10. 3.